동아리방 창밖은 아직 단풍인데 불나방이 그러더라. 첫눈 언제 오냐고.
다들 어이없어했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근데 불나방은 진지했어. 매일 날씨 앱을 본대. 혹시 눈 소식 있나.
불나방 첫눈은 기다리는 맛이야.
불나방 달력 앱을 봤는데 이상한 일정이 하나 있었어.
날짜가 없었어. 그냥 이렇게 적혀 있었어.
"첫눈 오면 다 같이 운동장."
언제인지 모르니까 날짜를 못 넣었대. 근데 꼭 하고 싶어서 저장해놨대.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첫눈이 왜 그렇게 좋냐고.
불나방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첫눈은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잖아.
근데 언젠가는 꼭 오잖아. 그게 좋대.
언제 올지 모르는데 꼭 온다는 거. 그거 기다리면 설렌대.
칼손 나는 언제 올지 모르는 게 제일 불안한데.
칼손은 반대래. 언제 올지 모르는 게 제일 불안하대.
계좌도 그렇잖아. 언제 괜찮아질지 모르는 게 제일 힘들어.
근데 불나방은 같은 걸 설렘으로 봐.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매일이 기대된대.
같은 기다림인데 하나는 불안이고 하나는 설렘이야. 그게 신기하더라.
불나방이 하나 더 말했어. 첫눈은 안 배신한대.
다른 건 기다려도 안 올 수 있는데 첫눈은 겨울이면 꼭 온대. 그러니까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된대.
그 말 듣고 칼손이 좀 생각하는 얼굴이 됐어. 그러더니 그러더라.
칼손 그럼 나도 첫눈은 기다려볼래.
그날 다들 불나방 일정에 참여했어. "첫눈 오면 다 같이 운동장."
돌부처는 눈 오면 눈사람 만들 거래. 후배는 눈싸움. 칼손은 그냥 눈 맞으면서 서 있을 거래.
너도 언제 올지 모르는 걸 기다리느라 불안하면 첫눈 같은 거 하나 같이 기다려봐. 꼭 오는 걸로. 그러면 기다림이 좀 설레질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