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감기로 사흘째 학교를 안 왔어. 단톡방에는 괜찮다고만 했어.
근데 사흘째가 되니까 다들 좀 걱정됐어. 칼손은 원래 괜찮다고만 하는 애잖아.
불나방이 그러더라. 찾아가자고.
불나방 문 앞에 뭐 놓고만 오자.
다들 뭘 가져갈지 고민했어.
불나방은 귤을 챙겼어. 동아리방 귤 상자에서 제일 큰 걸로 다섯 개.
후배는 따뜻한 차 티백을 챙겼어. 칼손 고양이 컵에 타 먹으라고.
돌부처는 아무것도 안 챙겼어. 그냥 따라왔어.
나는 그날 수업 필기를 복사했어. 칼손 못 들은 거.
칼손 집 앞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눌렀어. 문 앞에 놓고만 가려고 했는데.
근데 칼손이 문을 열고 나왔어. 잠옷 차림에 목에 목도리를 하고.
돌부처가 뜬 회색 목도리. 구멍 일곱 개짜리.
돌부처가 그거 보고 한참 아무 말 못 했어.
칼손이 들어오라고 했는데 우리는 안 들어갔어. 감기 옮으면 칼손이 미안해할 것 같아서.
그냥 문 앞에서 오 분 얘기했어. 귤 주고, 티백 주고, 필기 주고.
칼손이 다 받으면서 계속 웃었어. 아픈 얼굴인데 웃었어.
칼손 너네 진짜 왔네.
돌아가려는데 칼손이 돌부처한테 그러더라. 목도리 덕분에 목은 안 아프다고.
돌부처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한 마디 했어.
돌부처 빨리 와.
칼손이 그 말 듣고 문을 닫았어. 근데 문 닫히기 전에 칼손 눈이 좀 빨갰어. 감기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뭘 해준 건 별로 없어. 귤 다섯 개, 티백 몇 개, 필기 몇 장.
근데 칼손한테는 우리가 문 앞까지 왔다는 게 컸던 거라니까. 사흘 동안 혼자 누워 있었으니까.
다음 날 칼손이 학교에 왔어. 목도리 하고. 감기가 반은 나은 것 같대.
너도 친구가 아파서 학교에 안 오면 문 앞까지만이라도 가봐. 뭘 가져가지 않아도 돼.
와줬다는 것만으로 반은 낫는다니까. 동아리방엔 칼손 몫 귤이 하나 더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