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 폰 액정에 금이 가 있거든. 오른쪽 위에서 가운데까지 쭉.
석 달 전에 떨어뜨렸대. 근데 아직 안 고쳤대.
손가락 다칠까 봐 다들 고치라고 했는데 칼손은 괜찮대. 투명 테이프 붙여서 쓴대.
칼손 아직 터치는 잘 돼.
처음엔 수리비 때문인 줄 알았어. 액정 고치는 거 비싸잖아.
근데 물어보니까 그것도 있는데 다른 이유가 있대.
칼손이 화면을 보여줬어. 금이 오른쪽 위를 지나가는데, 거기 뜨는 숫자들이 금에 가려서 잘 안 보인대.
그게 좋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았어. 그 자리가 계좌 앱 숫자 뜨는 자리였거든.
돌부처가 곰 스티커 붙였던 거랑 같은 거야. 칼손은 스티커 대신 금이 가려주고 있는 거고.
칼손이 그러더라. 처음엔 깨져서 속상했는데 쓰다 보니까 이게 편하대.
숫자가 흐릿하게 보이니까 덜 무섭대.
돌부처 나는 곰, 너는 금.
다들 웃었는데 불나방이 물어봤어. 그럼 영원히 안 고칠 거냐고.
칼손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숫자를 똑바로 볼 수 있을 때 고칠 거래.
지금은 아직 아니래. 그때까지는 금이 좀 도와줘도 된대.
나는 그 말이 좋았어. 고칠 날을 알고 있는 거잖아. 그냥 미루는 게 아니라.
생각해보면 깨진 건 다 고쳐야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칼손 폰 보니까 깨진 것도 쓸모가 있더라. 그 금이 칼손 마음을 좀 지켜주고 있잖아.
물론 손가락은 조심해야 하지. 그래서 우리가 테이프를 한 겹 더 붙여줬어.
불나방 나도 액정 깨지면 안 고칠래.
불나방은 그 말 하고 바로 폰을 떨어뜨릴 뻔했어. 다들 비명을 질렀어.
너도 뭔가 깨진 채로 쓰고 있으면 너무 자책하지 마. 지금은 그게 편할 수도 있거든.
고칠 날은 네가 정하면 돼. 그때까지 손가락만 조심해. 동아리방엔 테이프 많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