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게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시계를 안 보게 됐습니다.
전에는 몇 분마다 확인했는걸요. 지금은 하루가 지나도 안 봅니다.
처음 몇 달은 힘들었네요.
올까 안 올까를 계속 재느라 다른 게 잘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그게 없어요. 하루가 그냥 굴러가고 저녁이 됩니다. 이게 편해진 거라면 좋은 일이겠고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어느 날 기다림을 잊는다. 그것이 회복인지 체념인지는 본인도 모른다.
그런데 좀 애매한 데가 있어요.
무덤덤해진 게 마음이 자란 건지, 그냥 기대를 접은 건지 구분이 안 됩니다. 둘 다 겉으로는 똑같이 보이거든요. 안 흔들린다는 점에서요.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 그게 오면 제가 반가울까 하고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게 답인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 기다려서 감각이 무뎌진 것 같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기다리는 데도 힘이 드는걸요.
매일 조금씩 쓰는 거지요. 몇 달 쓰면 바닥이 나고, 바닥이 나면 안 쓰게 됩니다. 무덤덤해진 건 그 힘이 다 떨어진 상태일 수도 있는걸요.
그래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기다리느라 비워뒀던 자리에 다른 게 좀 들어왔네요. 안 하던 걸 하게 되고 안 보던 사람을 보게 되고요. 그게 채워지면서 기다림이 밀린 거겠고요.
무덤덤한 게 끝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어느 날 무슨 계기가 생기면 또 시계를 보게 되겠지요. 힘이 다시 좀 모이면요. 그러니 지금 안 보고 있다고 영영 안 보는 건 아닌 겁니다.
저는 그 정도로 두고 지냅니다.
무덤덤해진 게 포기는 아니겠지요.
다만 그 둘이 옆에 나란히 있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래 기다리던 게 아무렇지 않아지셨다면, 그건 그동안 충분히 기다리셨다는 뜻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