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걸 현관에 내놨습니다. 그러고 며칠을 안 들고 나갔네요.
지나다닐 때마다 넘어 다니면서요.
나갈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매일 나가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손이 하나 비어 있는데도요. 한 번만 들면 끝나는 일인데 그 한 번이 안 되는 겁니다.
끝내는 데 필요한 힘은 시작하는 데 드는 힘과 다르다. 대개 마지막 몇 걸음이 제일 무겁다.
현관까지 옮긴 것으로 뭔가 한 기분이 듭니다.
방에서는 없어졌으니까요. 눈에 보이는 데서 치웠으면 반은 한 셈이라고 스스로 치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다음이 급하지 않아집니다.
문제는 거기 쌓인다는 겁니다.
버릴 것, 반납할 것, 누구한테 줄 것이 다 현관에 모여요. 그러다 보면 신발 신을 자리가 좁아집니다. 방을 치운 값을 현관이 내고 있는 셈이네요.
봉투 하나 드는 게 뭐라고 싶은데 그렇습니다.
들고 나가면 어디에 버릴지 정해야 하고, 요일도 맞아야 하고요. 잠깐 생각할 게 몇 개 생기는 겁니다. 그 몇 개가 나갈 때마다 손을 멈추게 하네요.
그래서 요즘은 자리를 바꿔봤어요.
바닥에 두지 않고 문고리에 걸어둡니다. 문을 열면 손에 걸리니까 안 들고 나가기가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의지로 하는 것보다 이쪽이 잘 됩니다.
생각해보면 쓰레기만 그런 게 아니에요.
빌린 걸 돌려주려고 꺼내둔 것이나 반납할 게 늘 거기 있습니다. 다 남한테 가야 하는 것들이네요. 제 손을 떠나는 데는 한 걸음이 더 드는 모양입니다.
들이는 건 혼자 할 수 있는데 내보내는 건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그렇겠지요.
며칠 걸리긴 해도 결국 나가긴 합니다.
한 달씩 가는 건 아니고요. 오늘 현관까지만 나간 게 있으시다면, 거기까지 옮긴 것도 한 셈이겠지요. 나머지 몇 걸음은 내일 나가면서 하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