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골목에 캐리어 바퀴 소리가 부쩍 늘었어요. 근처에 작은 숙소들이 생기면서부터지요.
뉴스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주택가 골목까지 여행객이 찾아온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저희 동네가 딱 그랬네요.
처음엔 그 소리가 좀 낯설었어요.
조용하던 골목에 드르륵드르륵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렸지요. 밤늦게 들리면 잠을 깨기도 했고요. 이웃 아주머니들도 동네가 시끄러워졌다고 한마디씩 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재미있는 장면을 봤어요.
외국인 여행객 둘이 지도를 보며 한참 헤매고 있었지요. 그걸 본 세탁소 아저씨가 가게 밖으로 나오셨어요. 영어는 못 하시는데 손짓 발짓으로 길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여행객이 알아듣고 고맙다고 하자 셋이 같이 크게 웃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길을 알려주는 손짓 하나로 골목은 금방 다정해진다.
그 장면을 보고 나니 골목이 조금 달라 보였어요.
여행객들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골목을 신기한 듯 사진 찍지요. 오래된 담벼락, 화분이 놓인 계단 같은 걸요. 저한테는 그냥 집 가는 길인데,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였던 거예요.
물론 불편한 것도 있어요.
밤늦은 소음이나 쓰레기 같은 거요. 이웃들 사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요. 저도 그 마음을 알아요. 그래도 세탁소 아저씨처럼 웃으며 길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더라고요.
며칠 뒤 저도 길을 물어오는 여행객을 만났어요.
편의점이 어디냐고 서툰 한국어로 물었지요. 저도 손짓으로 저쪽이라고 알려줬어요. 여행객이 고맙다며 웃었고요. 짧은 순간이었는데 하루가 조금 밝아졌네요.
낯선 바퀴 소리가 늘어난 골목이지만 길을 알려주는 손이 있으면 금방 다정해지더라고요.
길 묻는 사람을 만나면 한 번 웃어줘 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