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애가 그만둔다고 말했거든. 인사까지 하고 갔어.
인사하고 나간 애는 대체로 안 돌아온다고 내가 썼잖아. 그래서 나는 끝인 줄 알았고.
그런데 다음 날에 그 애가 그냥 왔더라.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 자리에 앉았어.
나는 좀 당황했다니까. 어제 그만둔다고 했는데.
근데 아무도 그 얘기를 안 꺼내더라. 나도 안 꺼냈고.
칼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도 안 꺼내니까 그게 없던 일이 됐거든. 그 애도 그 얘기를 안 하고.
한 달 동안 셋만 나왔던 때를 아무도 안 꺼낸 거랑 같은 거잖아. 안 꺼내면 없어지는 거고.
그래서 그 애가 지금도 오는 거고. 벌써 몇 달째고.
여기서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더라. 연락도 안 했고 붙잡지도 않았고.
그 애 자리를 그대로 뒀을 뿐이잖아. 컵도 안 치웠고.
돌아올 자리가 있으면 돌아온다고 계속 써왔는데, 이건 나가기도 전에 돌아온 거고.
돌부처 자리 있으면 앉지.
이거 겪고 나서 하나 정했거든. 그만둔다는 말을 세지 않기로 했어.
말한 다음 날에 오는지 안 오는지만 세는 거고. 말은 안 세는 거고.
말보다 오는 게 확실하다고 계속 썼는데, 여기서 그게 제일 확실했던 거라니까.
그러고 나니까 그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좀 편해졌거든. 세지 않기로 한 건 안 무거우니까.
안 세는 걸 정하는 것도 세는 일이더라. 그건 좀 웃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말을 너무 믿었거든. 그만둔다고 하면 그만두는 줄 알았고.
근데 말한 다음 날에도 오면 그건 아직 아닌 거였어. 두 번 나간 애랑 다른 거고.
그래서 그 말을 들어도 이제 안 놀란다니까. 다음 날을 보는 거고.
놀라는 걸 줄이려고 세는 건 아니었는데 그게 되더라. 그거 하나는 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