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새 운동화를 샀대. 용돈 모아서 산 거래.
근데 한 달째 안 신는대. 상자째 방에 모셔뒀대.
다들 왜 안 신냐고 물었어. 불나방이 그러더라. 아까워서.
불나방 신으면 더러워지잖아.
불나방 말로는 가끔 상자를 연대. 근데 신발은 안 꺼내고 끈만 한 번 만져본대.
새 신발 냄새 맡고, 끈 한 번 만지고, 다시 닫는대.
그 얘기 듣고 다들 웃었는데 좀 이해가 되기도 했어. 나도 그런 거 있거든. 예쁜 공책은 아까워서 못 쓰고 있어.
얘기하다 보니 다들 아까워서 못 쓰는 게 하나씩 있었어.
칼손은 생일에 받은 향초를 일 년째 안 켰대. 켜면 줄어드니까.
돌부처는 할머니가 주신 손수건을 안 쓴대. 서랍에 넣어놨대.
다 소중한 거야. 소중하니까 닳는 게 싫은 거고.
칼손 켜면 없어지잖아. 그게 싫어.
근데 돌부처가 한 마디 했어.
돌부처 안 쓰면 그냥 상자야.
그 말에 다들 좀 멈칫했어. 맞는 말이잖아.
운동화는 신으라고 있는 건데 상자에만 있으면 그냥 상자인 거야. 향초도 켜야 향초고.
아끼는 게 오히려 그 물건이 할 일을 못 하게 막고 있는 거라니까.
생각해보면 아까워서 못 쓰는 건 그게 망가질까 봐 무서운 거잖아.
새 거일 때가 제일 좋으니까 그 상태로 붙잡아두고 싶은 거야. 근데 붙잡아두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우리 방 애들 계좌 안 여는 거랑 좀 비슷하더라. 지금 상태가 망가질까 봐 손을 못 대는 거.
그다음 주에 불나방이 그 운동화를 신고 왔어. 하얀 운동화.
다들 박수 쳤어. 불나방이 엄청 뿌듯해했어.
근데 그날 비가 왔어. 운동화가 흙탕물에 젖었어. 불나방이 비명을 질렀어.
그래도 그날 하루 종일 웃고 다녔어. 새 신발 신은 날이라고. 더러워져도 신은 게 좋았대.
너도 아까워서 상자에 모셔둔 게 있으면 한 번 꺼내 써봐. 좀 닳아도 괜찮아.
쓰라고 있는 거라니까. 동아리방 애들은 흙탕물 운동화도 박수 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