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도에 실적표가 붙은 게시판이 있어요. 이름마다 막대가 그려져 있지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저는 고개를 반대쪽 창문으로 돌려요. 제 이름 칸을 보고 싶지 않아서요.
회사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모임에 가면 누가 더 잘 지내는지, 누가 더 빨리 자리를 잡았는지가 은근히 오가지요. 아무도 순위를 매기자고 하지 않았는데 다들 마음속으로 매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숨이 조금씩 차오르네요.
가끔은 제가 앞서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그날도 마음이 편하진 않더라고요. 다음엔 밀릴까 봐 걱정이 되거든요. 이기면 지키느라 바쁘고, 지면 따라잡느라 바쁘지요. 어느 쪽이든 쉴 틈이 없는 거군요.
경쟁하는 자리에서는,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숨을 고르지 못한다.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남과 견주는 데서 괴로움이 많이 생긴다고 했대요.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을 보느라 지금을 못 누린다고요. 그 말을 읽고 게시판 앞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막대 길이만 보느라 제가 오늘 한 일은 하나도 안 보고 있었네요.
어느 날 탕비실에서 동료가 한숨을 쉬었어요.
저 게시판 좀 안 붙였으면 좋겠다고요. 자기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피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조금씩 지쳐 있었던 거지요. 그 얘기를 하고 나서 둘이 조금 웃었어요.
요즘은 일부러 견주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찾아요.
퇴근 후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나, 동네 도서관 구석 자리 같은 곳이요. 거기선 아무도 저보다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지요. 그런 자리가 하루에 한 번만 있어도 숨이 좀 고르게 되더라고요.
경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누구보다 앞서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하나쯤은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창가가 그런 자리면 좋겠어요. 여기서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