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니 몸이 이상하게 무거웠어요. 특별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니었지요.
소파에 앉아 오늘 한 말들을 떠올려봤어요. 괜찮아요, 고생하셨어요, 천천히 하세요. 세어보니 스무 번이 넘었네요. 그런데 정작 저한테는 한 번도 안 했더라고요.
저는 늘 다정하려고 애써요.
누가 실수하면 괜찮다고 하고, 누가 지쳐 보이면 고생했다고 하지요. 그게 제 성격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게 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다정함에도 힘이 드는 거였어요. 그걸 그날 처음 알았네요.
다정한 말을 하려면 먼저 상대를 살펴야 해요.
표정을 보고, 기분을 헤아리고, 말을 고르지요. 그걸 하루에 스무 번 넘게 하니까 지칠 만도 했던 거예요. 겉으론 별일 없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거군요.
남을 향한 다정함에도 힘이 들어서, 하루 끝엔 다정한 사람이 가장 먼저 지친다.
그런데 저한테는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어요.
실수하면 왜 그랬냐고 다그치고, 지쳐도 조금만 더 하라고 했지요. 남에게 하는 말과 저에게 하는 말이 너무 달랐어요. 남에게 쓰는 다정함이 다 떨어져서 저한테 남은 게 없었던 거겠지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어요.
친구가 웃으며 말했지요. 너 남한테만 착하잖아. 그 말이 맞았어요. 친구는 저한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한테 괜찮다고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밤 거울 앞에 섰어요.
조금 쑥스러웠지만 작게 말했지요. 오늘 고생했어. 남에게 스무 번 넘게 한 그 말을 처음으로 저한테 했어요. 이상하게 어깨가 조금 내려가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연민을 사람의 가장 귀한 마음으로 봤대요.
그런데 그 연민이 나를 비켜 가면 오래 버티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나도 연민을 받을 사람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지요.
남에게 건넨 다정함만큼 나에게도 한 번쯤 건넬 자격이 있겠지요.
오늘 밤엔 그 말들 중 하나를 나에게 돌려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