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옆집 소리가 좀 들리거든. 벽이 얇은가 봐.
밤에 조용하면 통화 소리가 다 들린다니까. 일부러 듣는 건 아닌데 들려.
한번은 통화가 꽤 길었어. 이웃분이 어디랑 계좌 얘기를 하시는 것 같더라.
내용을 다 알아들은 건 아니고 몇 마디만 들렸거든. 안 되는 게 있어서 몇 번 확인하시는 것 같았어.
나는 그냥 방에 있었는데 그게 계속 들리니까 좀 그랬다니까.
칼손 저희 집도 그래요. 위층 소리 다 들려요.
이상한 게 통화가 길어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라 낮아지더라. 나는 반대일 줄 알았거든.
화가 나면 커지는 게 보통이잖아. 근데 점점 작아지는 거야.
나중에는 거의 안 들렸다니까. 그게 더 오래 기억에 남았어.
이게 좀 이상한데, 소리만 들으면 더 오래 남더라. 얼굴을 봤으면 표정을 보고 대충 알았을 텐데.
소리만 있으니까 내가 알아서 채워 넣게 되잖아. 안 좋은 쪽으로 채우게 되고.
주민센터 벤치에서 본 분은 얼굴은 봤는데 소리를 못 들었고, 이번엔 반대인 거라니까. 둘 다 반쪽만 본 거였어.
돌부처 반만 알면 상상하지.
이건 방에서도 얘기를 안 했거든. 옆집 얘기잖아.
우리 얘기가 밖에서 도는 게 싫으면 남의 얘기도 옮기면 안 되는 거라니까. 그건 정해놨어.
지금 이렇게 적는 것도 누구인지 알 수 있게는 안 썼고.
그리고 그날 이후로 우리 집 소리도 옆으로 갈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것도 좀 이상했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통화가 무슨 일이었는지도 몰라. 앞으로도 모를 거고.
근데 낮아지던 목소리는 아직 기억나거든. 그건 안 없어지더라.
우리 방에서도 목소리가 낮아지는 애가 있으면 나는 그때 좀 본다니까. 그게 커지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신호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