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다들 조용히 있다가 후배가 물어봤어. 선배들은 불안할 때 뭐 쥐고 있냐고.
자기는 개미 키링을 쥔대. 칼손 선배 동생이 보내준 거.
그 말에 다들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어.
불나방 나도 있지. 보여줄게.
칼손은 파란 모래시계를 꺼냈어. 불나방이 준 거.
불안하면 뒤집고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쥐고 있대. 손에 쥐면 차가워서 좋대.
요새는 하루에 몇 번 뒤집는지 세는 것도 그만뒀대. 그냥 쥐고만 있어도 된대.
불나방은 패딩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냈어. 남 주려고 들고 다니는 거.
근데 불안할 땐 자기가 쥐고 있대. 따뜻한 게 손안에 있으면 덜 떨린대.
다들 좀 놀랐어. 남 주는 줄만 알았는데 자기도 쓰는구나.
불나방 남 줄 거 하나, 내 거 하나야.
돌부처는 필통에서 작은 스티커를 꺼냈어. 후배가 준 선인장 화분 바닥에 붙어 있던 거랑 똑같은 거.
"천천히 자라도 돼요."
후배가 하나 더 줬대. 그걸 필통에 넣고 다니면서 불안할 때 손가락으로 만진대.
후배가 그거 보고 얼굴이 빨개졌어.
다 꺼내고 보니까 하나 알게 됐어.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쥐는 게 친구한테 받은 거였어.
칼손 모래시계는 불나방이 준 거, 돌부처 스티커는 후배가 준 거, 후배 키링은 칼손 동생이 준 거.
그러니까 불안할 때 쥐는 게 그냥 물건이 아니라 친구였던 거라니까. 손안에 친구가 있는 거야.
칼손 그러네. 쥐고 있으면 불나방 생각나.
나는 뭘 쥐냐고 애들이 물었어.
생각해보니까 나는 동아리방 열쇠를 쥐어. 불안할 때 주머니 속 열쇠를 만져.
여기 문을 열 수 있다는 거. 내일도 이 방에 올 수 있다는 거. 그게 나를 버티게 해.
너도 불안할 때 손이 허전하면 작은 거 하나 쥐어봐. 친구가 준 거면 더 좋고.
손안에 친구가 있으면 덜 떨린다니까. 동아리방 애들은 다들 하나씩 쥐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