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턱에 이것저것이 올라가 있어요. 하나씩 올려두다 보니 일곱 개쯤 되네요.
보니까 전부 손바닥만 한 크기네요. 큰 건 애초에 거기 안 올라가고요.
거기 있는 건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버리자니 쓸 것 같고 넣자니 금방 또 꺼낼 것 같은 것들입니다. 결정을 미룬 것들이 모이는 자리인 거지요. 서랍은 결정한 것들이 들어가는 데고 창턱은 아직 안 정한 것들이 있는 데고요.
정하지 못한 것들은 버려지지도 정리되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자리에 남는다.
안 보이는 데 두면 잊어버리니까요.
창턱은 지나갈 때마다 보이는걸요. 그래서 언젠가는 정하겠다는 뜻으로 거기 두는 거고요. 실제로 정하는 날은 잘 안 오지만 보이는 데 있다는 게 중요한 모양이네요.
창턱이라 하루 종일 볕이 드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거기 오래 둔 것들은 색이 조금씩 바래요. 몇 달 지나면 그게 눈에 보이는걸요. 그때 아, 이게 여기 있은 지 오래됐구나 하고 알게 되지요. 날짜를 안 적어둬도 시간이 표가 나는 셈입니다.
재밌는 건 그렇게 바래면 버리기가 쉬워진다는 거네요.
아직 새것 같으면 못 버리는데 색이 빠지면 손이 가요. 그러니 창턱이 결정을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군요. 제가 못 정하는 걸 볕이 몇 달 걸려 정해주는 거고요.
원래 창턱은 화분 자리로 써야 하는데요.
지금은 화분 하나에 나머지 여섯 개가 잡동사니입니다. 정리하면 화분을 더 놓을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 되고요. 그래도 화분 하나는 지키고 있어요.
전부 치우려고 몇 번 해봤는데 며칠이면 또 쌓이더라고요.
정하지 못한 게 계속 생기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없애려고 하지 않고 개수만 봅니다. 일곱 개가 넘어가면 한두 개를 정하는 정도로요.
정하지 못한 것들이 모이는 자리가 하나쯤 있어도 되는걸요.
그 자리가 없으면 그것들이 집 안에 흩어지고요. 오늘 창턱이나 어딘가에 뭐가 쌓여 있으시면, 몇 개인지만 한 번 세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