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은 알림 숫자가 세 자리가 됐네요. 지우지도 열지도 않고 그냥 뒀어요.
이상한 건 한 자리일 때가 제일 거슬렸다는 겁니다.
숫자가 하나면 그건 지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눈에 계속 걸립니다. 지워야 할 일 하나가 남아 있는 거지요. 그런데 백 개가 되면 지울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는걸요. 그때부터는 배경이 되고요.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일 때 우리는 가장 자주 쫓긴다.
안 여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열면 답을 해야 하거나 뭘 확인해야 합니다. 안 열면 아직 아무 일도 안 시작된 거고요. 우편함을 안 여는 거랑 같은 자리인 셈이군요.
몇 번 겪어보니 진짜 급한 건 알림으로 안 오더라고요.
전화가 오거나 사람이 직접 말하거나 하지요. 그러니 저 숫자 안에는 지금 당장 열어야 할 게 거의 없겠지요. 그걸 알고 나서 좀 편해졌어요.
그래도 다 두는 건 좀 그래서 정리를 한 번 했어요.
안 볼 게 뻔한 것들은 알림 자체를 껐어요. 그러니까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줄더라고요. 지우는 것보다 안 오게 하는 게 빨랐습니다.
그리고 하나 정해뒀어요.
사람이 보낸 것만 열고 나머지는 안 보게 되네요. 기계가 보낸 건 대개 안 봐도 되는 거고요. 그렇게 나누니까 열어야 할 게 몇 개 안 됩니다.
한 번은 마음먹고 전부 지워봤어요.
숫자가 영이 되니까 잠깐 개운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또 쌓였습니다. 영으로 돌려놓는 건 그때뿐이고 다시 흘러드는 건 못 막는 셈이군요.
그래서 지금은 영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안 둡니다. 세 자리든 네 자리든 그냥 두고요.
숫자를 못 지운 게 게으른 건 아니겠지요.
열면 일이 생기는 걸 아는 거고요. 오늘 숫자가 커져 있어서 마음이 걸리셨다면, 사람이 보낸 것만 몇 개 열어보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