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쓴 소개 문구를 애들이 자기들끼리 써왔거든. 종이에 적어서 가져왔어.
축제 때 여섯 번 고쳐도 안 됐던 거잖아. 그걸 애들이 쓴 거고.
종이를 보니까 글씨가 네 개 섞여 있더라. 한 명이 쓴 게 아니야.
한 줄인데 네 명이 손을 댄 거잖아. 지우고 고친 자리가 남아 있었고.
나는 그거 보고 좀 그랬다니까. 나 없이 넷이 모여서 한 거고.
칼손 누나가 못 한다고 하셔서요.
문구가 뭐였냐면 짧았어. 우리 방에서 늘 쓰는 말 하나를 그대로 쓴 거였고.
나는 배우는 데도 아니고 노는 데도 아니라고 계속 헤맸는데, 애들은 그 사이를 찾을 생각을 안 했더라.
그냥 우리가 하는 말을 갖다 쓴 거잖아. 그게 되는 거였고.
왜 내가 못 했나 알겠더라. 혼자 쓰려니까 안 됐던 거야.
한 명이 쓰면 그게 그 사람 정의가 되잖아. 그러면 틀리면 안 되니까 계속 고치는 거고.
넷이 쓰면 틀려도 되는 거고. 여럿이 한 약속은 아무도 안 지킨다고 내가 썼는데, 여럿이 쓴 글은 반대였던 거라니까.
돌부처 혼자 쓰면 무겁지.
그 종이를 그대로 붙였거든. 고치지도 않고.
다음 축제 때 그걸 쓸 거고. 돌부처 말을 다듬어서 쓰려고 했는데 이게 더 나은 거고.
내가 손대면 내 게 되니까 안 건드린다니까. 나 없이 생긴 게 잘 굴러가는 거랑 같은 거고.
그리고 그 종이는 안 버린다니까. 화살표 그린 종이는 버렸는데 이건 남겨두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설명을 계속 못 하고 있었거든. 엄마한테도 못 했고 복도에서 반박도 못 했고.
근데 그게 내가 못 하는 게 맞았던 거잖아. 혼자 할 일이 아니었던 거고.
넘길 게 하나 더 생긴 거라니까. 설명하는 건 애들 몫인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