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오랜만에 이름이 하나 떴네요. 몇 년 연락이 없던 친구였어요.
첫 문장이 안부가 아니라 사과였어요. 오래 연락 못 해서 미안하다고요.
왜 사과부터인가 싶었는데 알겠더라고요.
몇 년이 지나면 그냥 안부를 묻기가 어색해지는걸요. 그 사이가 설명이 안 되니까 먼저 사과로 그걸 덮고 시작하는 거지요. 저라도 그랬겠지요.
오랜만에 건네는 인사는 그 사이의 침묵까지 함께 들고 와야 한다. 그래서 무겁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좀 이상했어요.
저는 그동안 그 친구를 원망한 적이 없었네요. 저도 연락 안 한 건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쪽은 그걸 며칠씩 재고 있었던 셈이네요.
먼저 보내는 게 쉬워 보이지만 아니겠지요.
몇 번 썼다 지웠겠지요. 답이 안 오면 어쩌나,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하고요. 받는 쪽은 몇 초 만에 읽는 걸 보내는 쪽은 며칠 들고 있는 셈이군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빨리 답했어요.
길게 쓰지는 않고 반갑다는 말부터 보냈어요. 늦게 답하면 그 사이에 그 친구가 또 재고 있을 테니까요. 내용보다 속도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는걸요.
그리고 한 줄 더 붙였는걸요.
미안할 일 아니라고, 나도 똑같았다고요. 그 말을 하니까 그다음 대화가 훨씬 가벼워지더라고요. 사과를 받아주는 것보다 사과가 필요 없다고 하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도 한 사람한테 보내봤어요.
몇 년 연락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쓰는 데 이틀이 걸렸네요. 결국 두 줄만 보냈고 답은 그날 밤에 왔습니다. 반갑다는 말이었어요.
이틀 걸린 게 좀 우습기도 했지만, 안 보냈으면 그 두 줄도 없었겠지요.
먼저 온 연락은 그냥 온 게 아니겠지요.
여러 번 지웠다 쓴 뒤에 온 겁니다. 오늘 오랜만에 누구 이름이 떴다면, 내용보다 먼저 답을 보내주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