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좀 어설픈 실수를 했어요. 그 사람이 그걸 본 게 분명했는데요.
그 순간에 시선을 창 쪽으로 돌리더라고요. 그러고 아무 말도 안 하네요.
거기 있었으니 안 볼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눈을 돌린 겁니다. 그게 모른 척이라는 걸 저도 알고 그쪽도 알고요. 둘 다 아는 채로 아무 말도 안 하는 그 몇 초가 꽤 고마웠어요.
못 본 척은 무관심이 아니다. 보고 나서 한 번 더 판단해야 나오는 행동이다.
그 자리에서 괜찮냐고 물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친절한 말인데 그 순간에는 모두가 그쪽을 보게 되는걸요. 실수가 한 번으로 끝날 걸 두 번 겪게 되는 거고요. 도와주려는 말이 자리를 더 키우기도 하더라고요.
며칠 뒤에도 그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둘만 있을 때 웃으면서 꺼낼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걸 안 하니까 그 일이 아예 없던 것처럼 됐고요. 끝까지 안 꺼내는 데도 마음을 쓴 거겠지요.
부끄럽지만 저는 이걸 잘 못해요.
남이 실수하면 괜찮냐고 먼저 묻는걸요. 챙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받는 쪽에서는 아닐 수 있는 거고요. 그 사람을 보고 나서 제 방식을 좀 의심하게 됐네요.
물론 다 못 본 척하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다칠 수 있는 일이나 나중에 커질 일은 말해야 하고요. 그냥 창피한 정도면 안 보는 게 낫다는 거지요. 그 둘을 몇 초 안에 가르는 게 어려운 부분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말하기 전에 한 박자를 두게 되네요.
이게 지금 말해야 하는 건가를 한 번 재요. 대개는 안 해도 되는 것들이더라고요. 그 한 박자가 생기고 나서 말수가 좀 줄었어요.
못 본 척해주는 것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걸요.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거고요. 오늘 누가 내 실수를 그냥 넘겨줬다면, 그건 못 본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