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세고 적는 걸 애들이 알고 있더라. 나는 나만 아는 줄 알았거든.
기록장을 집에 갖고 다닌다고 내가 썼잖아. 방에 안 두는데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알고 있으면서 한 번도 안 물어봤더라. 그게 제일 이상했다니까.
뭘 적냐고 물을 수 있었는데 아무도 안 물은 거잖아. 몇 달째 그러고 있었고.
버스에서 옆에 앉은 분은 보고 계셨는데 아무 말 안 하셨고. 애들도 같은 거고.
칼손 물어보면 안 적으실 것 같아서요.
칼손 말이 그거였어. 물어보면 내가 안 적을 것 같았다는 거.
그게 맞는 말이라니까. 물어봤으면 나는 그날로 그만뒀을 거고.
남 화면 안 보는 거랑 같은 거잖아. 아는데 안 보는 거고.
이거 알고 나서 좀 그랬거든. 나는 나만 알아보게 적는다고 열심히 감췄잖아.
이름도 안 적고 자리도 안 적고. 그런데 애들은 내가 적는다는 것 자체를 알고 있었던 거고.
내용은 못 봤을 거야. 근데 내용보다 적는다는 게 더 큰 거잖아.
감추는 데 쓴 게 다 헛거였나 싶었거든. 근데 내용은 안 보인 거니까 반은 된 거고.
그 반이면 충분하더라. 더 감출 데도 없고.
돌부처 뭘 적는지는 몰라도 되지.
지금도 계속 적는다니까. 방식도 안 바꿨어.
애들이 안 묻는 걸로 정해놨으면 나도 안 말하는 게 맞는 거잖아. 그게 서로 지키는 거고.
이웃이 계좌 보시는데 내가 고개 돌린 거랑 같은 거라니까. 알면서 안 보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세는 것밖에 못 한다고 계속 썼거든. 그게 내 유일한 거고.
근데 그걸 애들이 지켜주고 있었던 거잖아. 안 묻는 걸로.
그러니까 세는 것도 혼자 하는 게 아니었더라니까. 그거 알고 좀 마음이 놓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