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갔더니 엄마가 정리를 하고 계셨네요. 버릴 걸 봉투에 담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옆에 제 물건이 하나 따로 빼놓여 있더라고요.
다른 건 다 담으셨는데 그것만 빼두셨더라고요.
제 거니까 물어보고 버리시려던 거겠지요. 그런데 물어보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둔 채로 며칠이 지난 셈이군요.
남의 물건을 버리려면 그 사람에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해야 한다. 짐작이 서지 않으면 손이 멈춘다.
솔직히 저도 몇 년째 안 쓰던 거예요.
제가 봤어도 버릴까 말까 했겠지요. 그러니 엄마가 못 정하신 게 당연하고요. 제 것도 제가 못 정하는데 남이 어떻게 정하겠어요.
물어보셨으면 제가 답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물어보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버려도 되냐고 하면 제가 안 쓰는 걸 지적하는 게 되니까요. 그래서 안 묻고 빼두신 거겠지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했어요.
그거 안 쓰는 거라고, 버리셔도 된다고요. 엄마는 그제야 봉투에 넣으시네요. 며칠을 애매하게 있던 게 한마디로 끝난 거고요.
다 버린 건 아니고 하나는 제가 가져왔어요.
그건 아직 놓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가져와서 집에 두니까 결국 자리만 옮긴 셈인데, 그래도 제가 정해서 옮긴 거니까 마음은 다릅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집 정리하다 가족 물건이 나오면 저도 손이 멈춥니다. 버려도 되나 싶어서 따로 빼두게 되고요. 그러니 그 빼놓은 자리는 저희 집 어디에나 있는 셈이네요.
못 버리고 빼놓은 자리에는 그 사람 짐작이 들어 있는걸요.
이게 그 애한테 뭐였을까를 한 번 생각한 거니까요. 오늘 누가 내 물건을 두고 망설였다면, 먼저 말해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