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엄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요새 얼굴이 안 좋다고요.
그러고 바로 반찬 그릇을 옮기셨어요. 얼른 다른 데로 넘어가시더라고요.
저희 집은 그런 말을 잘 안 합니다.
밥 먹었냐, 춥지 않냐 같은 걸로 다 대신하는 편이에요. 그러니 얼굴이 안 좋다는 말은 꽤 직접적인 축에 드는 겁니다.
말을 아끼는 집에서는 한 문장이 여러 달치를 대신한다.
한마디였지만 그날 갑자기 하신 건 아니겠지요.
몇 달은 보고 계셨을 겁니다. 말할까 말까를 여러 번 재셨을 거고요. 그러다 그날 밥상에서 나온 거고, 나오자마자 도로 덮으신 거지요.
저는 그냥 괜찮다고 했어요.
길게 말하면 그쪽이 더 걱정하실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제 방식대로 덮은 겁니다. 둘 다 한 문장씩 놓고 서로 덮은 셈이군요.
다만 그 뒤로 뭐가 조금 바뀌었어요.
엄마가 반찬을 더 챙겨 보내십니다. 말은 여전히 안 하시고요. 걱정을 말이 아니라 손으로 옮기시는 거겠지요. 그게 저희 집 방식이고요.
며칠 지나서 짧게 보냈습니다.
그때 해주신 말 생각났다고, 요새는 좀 낫다고요. 답은 짧게 오더라고요. 그래도 그 한 줄이 오간 게 이 집에서는 꽤 긴 대화였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제 쪽도 보게 됐어요.
저도 가족한테 걱정을 말로 잘 못 합니다. 대신 뭘 사다 놓거나 연락을 한 번 더 하거나 하지요. 배운 대로 하고 있는 셈이군요.
말로 하는 집이 부럽기도 한데, 그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겠고요. 대신 한 줄씩은 늘려보려고 합니다.
짧게 던지고 마신 그 한마디가 오래 준비된 것일 수도 있는걸요.
그러니 짧다고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맞겠지요. 오늘 가족이 지나가듯 뭘 말했다면, 그게 몇 달치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