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먼저 일어섰어요. 일이 있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요.
나간 뒤에 잔을 만져보니 아직 미지근하더라고요.
둘이 앉아 있던 자리에 혼자 남으면 넓어지지요.
소리도 달라지고요. 조금 전까지 말이 오가던 데가 조용해지는걸요. 그 차이가 꽤 큽니다.
사람이 나간 자리는 비는 게 아니라 조금 전까지 있던 만큼 넓어진다.
같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남은 걸 마저 마시려던 것도 있고요. 바로 따라 일어나면 뭔가 급해 보일 것 같기도 했고요.
잔을 몇 번 만져봤어요.
미지근하던 게 점점 식더라고요. 그동안 창밖을 봤고요. 그 몇 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혼자 남으니 방금 한 얘기가 되짚어지네요.
같이 있을 때는 넘어간 말이 하나 걸리고요. 그 말을 그때 더 물어볼걸 싶어지고요.
나간 쪽도 걸어가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요.
먼저 일어선 게 미안했을 수도 있고요. 서로 다른 데서 같은 자리를 되짚는 셈이네요.
다 식고 나서 잔 두 개를 치웠어요.
두 개를 같이 드니까 좀 이상하더라고요. 하나는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나와서 걷는데 아까보다 조용했고요.
같이 나올 때와는 다르네요. 그래도 그 조용함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먼저 일어서는 날이 있지요.
그럴 때는 나가면서 뒤가 좀 걸리네요. 남은 사람이 혼자 앉아 있을 걸 아니까요. 그런데 남아본 뒤로는 덜 미안해졌고요. 남은 쪽도 그 시간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서요.
잔이 식는 동안이 혼자 남은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인걸요.
그러니 먼저 일어선 쪽을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오늘 누가 먼저 가시면, 잠깐 더 앉아 계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