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처음으로 우리 방에 오셨거든. 서류 얘기 때문에 잠깐 오신 거였어.
몇 분 계시다 가셨는데 그 몇 분이 되게 길었다니까.
들어오시자마자 애들이 전부 신발을 제대로 신더라. 반쯤 벗고 있던 애도 신었고.
아무도 안 시켰는데 그렇게 되는 거잖아. 나는 그거 보고 좀 놀랐어.
편한 자세가 일 초 만에 없어지는 거라니까.
칼손 저 그때 자세도 바꿨어요.
그 몇 분 동안 방이 교실이더라. 자리도 그대로인데 완전히 다른 데가 된 거잖아.
모르는 애가 들어왔을 때는 목소리만 낮아졌는데, 어른이 들어오시니까 자세까지 바뀌는 거고.
옆 동아리랑 같이 했을 때 한 칸씩 밀려 앉은 것보다 더 셌다니까.
나도 그랬거든. 말투가 바뀌더라.
애들한테 하던 반말이 안 나오고 좀 반듯해졌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고.
부장인데 나도 학생이 되는 거잖아. 그 몇 분 동안은.
돌부처 어쩔 수 없지.
가시고 나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십 분쯤 걸리더라. 바로 안 돌아와.
신발도 천천히 다시 벗고 목소리도 천천히 커지고. 그게 순서대로 오더라.
문이 닫혀 있는 날에 노크하는 애가 생기는 거랑 비슷한 거고. 한 번 굳으면 풀리는 데 시간이 드는 거라니까.
그래도 오신 게 나쁘지 않았거든. 선생님이 서류 칸 얘기를 하시면서 다 안 채워도 된다고 하셨고.
그 한 마디가 좀 컸다니까. 매번 반쯤 비워 내는 게 걸렸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몇 분에 받은 게 있는 거고. 잃은 것도 있고 받은 것도 있는 거고.
칼손 그 말은 좋았어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방이 왜 방인지도 계속 세고 있거든. 문이랑 자리랑 소리 같은 걸로.
근데 어른 한 분이면 그게 다 무효가 되더라. 그게 제일 센 거고.
그래서 선생님한테 자주 오시라고는 안 한다니까. 오시는 건 좋은데 자주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