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물건이 쌓여 있습니다. 밥은 소파 앞에서 먹은 지 한참 됐네요.
치우려고 하나씩 들어봤는데, 이번 주에 손댄 게 하나도 없더군요.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처음엔 한두 개 올려뒀겠지요. 그다음에 하나 더 올리고요. 어느 순간부터 밥 먹을 자리가 없어서 다른 데로 갔고, 그러니까 더 쌓였습니다. 순서를 되짚어 보면 그렇겠지요.
자리는 선언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무엇을 그 위에 두느냐로 조용히 바뀐다.
올려둔 것들을 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버리기는 애매하고 넣어둘 데는 없는 것들입니다. 나중에 정할 것들이지요. 그러니까 식탁은 물건 두는 자리가 된 게 아니라 아직 안 정한 것들이 대기하는 자리가 된 셈이군요.
한 번 마음먹고 치워봤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들 때마다 이건 어디에 두나 하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결국 몇 개는 다른 데로 옮겼을 뿐이었어요. 자리를 안 정한 채로 치우니까 옮기기만 한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해봤습니다.
전부 치우려고 하지 않고 절반만 자리를 정했어요. 나머지는 그대로 뒀고요. 대신 밥 한 그릇 놓을 만큼은 비웠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저녁은 식탁에서 먹었네요.
신기한 건 한 번 거기서 먹고 나니까 그다음이 좀 쉬워졌다는 겁니다.
또 쌓이려고 하면 손이 먼저 치웁니다. 자리에 용도가 다시 붙은 거겠지요. 다 치우는 것보다 한 번 쓰는 게 빨랐습니다.
집에 그런 자리가 하나쯤 있을 겁니다.
원래 뭘 하던 데였는데 지금은 다른 게 되어 있는 자리요. 그걸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하나는 정리되는걸요. 다 치우실 필요는 없고 한 그릇 놓을 만큼만 비워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