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벽에 얼룩이 하나 있었어요. 몇 달을 그대로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지워져 있더라고요.
없어졌는데 오히려 눈에 띄네요.
그 자리만 색이 밝아서요. 주변은 그동안 바랜 거고요. 지운 티가 안 나게 하려면 벽 전체를 닦아야 하는 모양이지요.
누군가 조용히 치운 자리는 깨끗해서가 아니라 주변과 달라서 드러난다.
경비 아저씨가 하셨을 수도 있고요.
이웃 중에 누가 하셨을 수도 있지요. 물어본 적은 없고요. 물어보면 머쓱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그 얼룩을 몇 달 봤어요.
볼 때마다 저거 누가 좀 닦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면서 한 번도 닦지는 않았네요.
생각하는 건 쉽고 손을 대는 건 다르더라고요.
저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오고요. 그렇게 몇 달이 갔습니다.
누가 했든 그분은 말씀을 안 하시겠지요.
알림판에 적어두지도 않으셨고요. 그러니 대개는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거네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여러 군데 있더라고요.
계단 구석이 늘 깨끗하고 우산 꽂이가 늘 정리되어 있고요. 저는 그걸 원래 그런 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며칠 뒤에 다른 자국을 하나 닦아봤어요.
잘 안 지워져서 반쯤만 됐고요. 그래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동안 누가 이걸 해오셨는지도요.
누가 했는지 모르니 고맙다는 말도 못 하네요.
말을 할 데가 없으면 그 마음이 그냥 남고요. 그래서 다른 데 가서 풀게 되는 모양입니다. 제가 다른 자국을 닦아본 것도 그래서였겠지요.
티 안 나게 한 일은 티가 안 나서 아무도 모르는 것뿐인걸요.
그러니 깨끗한 데를 지나시면 누가 있었겠거니 하시고요. 오늘 눈에 걸리는 게 있으면, 한 번 닦아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