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 있으면 윗집에서 소리가 나요. 늘 비슷한 시각이더라고요.
물 트는 소리가 먼저 나고 그다음에 발소리가 납니다.
며칠 들어보니 순서가 늘 같네요.
물, 발소리, 문 닫는 소리 순서고요. 그 집 이웃도 저처럼 정해진 순서로 아침을 여는 모양이지요.
벽 너머의 소리는 소음이면서 동시에 아직 누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층간 소리라고 하면 대개 불편한 얘기지요.
그런데 이건 그렇지 않더라고요. 크지도 않고 짧고요. 오히려 안 나면 무슨 일 있나 싶어지는걸요.
한번은 그 소리가 안 나던 날이 있었어요.
그날은 제가 괜히 천장을 한 번 봤고요. 며칠 어디 가셨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사흘 뒤에 다시 나기 시작했고요.
그 집 분 얼굴은 모르네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어도 알아보지 못할 거고요. 소리만 아는 사이인 셈이지요.
그럼 제 소리도 아래로 가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아랫집도 알고 있을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동시에 조금 덜 외롭고요.
깨 있는 날에는 소리를 세고 있더라고요.
물이 먼저인지 발소리가 먼저인지 같은 걸 확인하고요. 순서가 어긋나면 오늘은 좀 다른가 보다 하고 생각합니다. 남의 아침을 벽 너머로 짐작하고 있는 거지요. 그게 좀 이상한 일인 줄은 아는데 싫지는 않고요.
낮에는 이런 생각이 안 들어요.
밖에 사람이 많으니 그럴 필요가 없고요. 새벽에만 벽 너머 소리를 세고 있는 거네요.
언젠가 마주치면 인사를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뭐라고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새벽에 소리 잘 듣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그냥 모르는 채로 두기로 했습니다. 아는 사이가 되면 지금 같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소리가 시끄럽지 않은 건 혼자가 아니라는 표시라서인걸요.
그러니 오늘 새벽에 위에서 뭐가 들리면, 한 번쯤 그렇게 들어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