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제일 말이 없는 애가 있거든. 뭘 물어도 두 글자로 끝나.
어, 아니, 몰라. 이거 세 개면 하루가 지나간다니까.
나는 처음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 그냥 앉아 있으려고 오는 줄 알았거든.
어느 날 누가 안 왔냐고 물었는데 그 애가 바로 대답하더라. 누구랑 누가 이번 주에 안 왔다고.
나도 몰랐던 걸 알고 있었다니까. 그때 좀 놀랐어.
한 번은 어떤 애가 요새 좀 이상하다고 나한테 먼저 말한 적도 있어. 물론 그것도 한 문장이었지만.
돌부처 쟤 좀 봐줘.
왜 그런지 생각해봤거든. 말을 안 하니까 그 시간이 남는 거였어.
떠드는 애는 자기 말하느라 남을 못 보잖아. 나도 그렇다니까.
말수가 적은 애는 그 시간에 방을 보고 있는 거다. 그래서 아는 게 제일 많은 거였어.
예전에는 그 애한테 말 좀 하라고 했거든. 다 같이 얘기하는데 혼자 조용하니까.
근데 그게 그 애 자리를 뺏는 거였더라. 말하게 만들면 보는 걸 못 하잖아.
그리고 억지로 시켜서 나온 말은 별로 쓸모도 없다니까. 알아서 할 말이 있을 때만 하더라.
불나방 저러다 가끔 하는 말이 제일 무서워요.
지금은 방 전체한테 안 묻고 그 애한테 따로 물어보거든. 요새 좀 이상한 애 있냐고.
그러면 대답을 하더라. 그것도 짧게 하지만 정확해.
방 상태를 제일 잘 아는 게 그 애라서 나는 그 애한테 묻는 게 제일 빠르다니까.
대신 그 애한테는 대답을 재촉 안 하거든. 물어보고 한참 기다리면 나오더라. 그 기다리는 시간이 그 애 몫인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보는 것도 늦거든. 반년 걸려서 저걸 알았어.
말이 없는 애를 조용한 애로만 보면 그 방은 절반을 놓치는 거더라. 제일 많이 아는 애를 안 쓰는 거잖아.
지금은 방에서 제일 조용한 자리를 제일 자주 본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