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늘 제일 먼저 나가는 애가 있거든. 다들 한창일 때 일어나.
나는 성격이 급한 줄 알았다니까. 못 앉아 있는 애인가 했어.
한번 잘 봤는데 이상한 게 있더라. 나가기 십 분쯤 전에 가방을 미리 멘다.
메고서 십 분을 더 앉아 있어. 그러고 일어나더라니까.
그러니까 갑자기 가는 게 아니라 한참 전에 정해놓고 가는 거잖아. 나는 그게 좀 이상해서 물어봤어.
칼손 더 있으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요.
대답이 저거였거든. 더 있으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간다는 거야.
무슨 말이냐고 더 물었더니, 오래 앉아 있다가 자기가 안 좋은 말을 할까 봐 그렇대. 그전에 나가는 거라는 거다.
성격이 급한 게 아니라 그날 방을 안 망치려고 나가는 거였더라. 나는 그 말 듣고 좀 미안해졌어.
문제는 이게 밖에서 보면 제일 안 좋아 보인다는 거다. 먼저 나가는 애는 성의 없어 보이잖아.
애들이 쟤는 왜 맨날 먼저 가냐고 하는 걸 몇 번 들었어. 그 애도 그거 알고 있더라니까.
알면서도 계속 그러는 거잖아. 오해받는 쪽을 고른 거라니까.
돌부처 남아서 싸우는 것보단 낫지.
한번은 내가 방에서 그냥 지나가듯 말했거든. 먼저 가는 것도 방식이라고.
그 뒤로 애들이 뭐라고 안 하더라. 그 애도 좀 편해진 것 같았고.
한 마디면 되는 거였는데 나는 그걸 반년이나 안 했다니까.
그 애가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하더라. 그것도 나가면서 짧게 한 마디로. 그게 그 애 방식이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행동을 자꾸 겉으로만 보거든. 이번에도 그랬잖아.
먼저 나가는 게 못 견뎌서인 줄 알았는데 안 망치려고 그런 거였더라. 챙기는 방식이 반대로 생긴 거였어.
그래서 지금은 누가 일찍 일어나도 아무 말 안 한다니까. 잘 가라고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