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같은 층 이웃이 타고 계셨어요. 서로 아는 얼굴이지요.
말은 없이 고개만 살짝 숙이고 먼저 내리시더라고요.
안녕하세요를 주고받은 건 아니네요.
고개 한 번이 전부였고요. 그런데 그게 충분하더라고요. 오히려 말이 없어서 편한걸요.
말이 없는 인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서 오래 간다.
인사를 말로 하면 다음이 있지요.
날씨 얘기든 뭐든 한 마디가 더 붙고요. 좁은 데서 그걸 하는 게 서로 부담이고요. 고개만 숙이면 거기서 끝나니까 깔끔하네요.
생각해보니 늘 그분이 먼저 하시더라고요.
제가 먼저 한 적은 별로 없고요. 저는 대개 화면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제가 먼저 해봤어요.
문이 열리자마자 고개를 숙였고요. 그분도 바로 받아주시더라고요. 별거 아닌데 내리고 나서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몇 호에 사시는지는 알지만 이름은 모르지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몇 해째 인사는 하고 있네요.
한동안 안 마주치면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어디 가셨나 하고요. 그러다 다시 마주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만 숙이고요.
이름도 모르는데 이웃이라고 부르게 되네요.
같은 시간에 같은 데를 쓰는 사이고요. 그 정도로도 사람 사는 데 같아지는 모양이지요.
같은 층이 아닌 분과는 눈인사도 잘 안 하게 되네요.
층이 다르면 마주치는 횟수가 적으니 얼굴이 안 익고요. 몇 번을 봐야 인사가 생기는지는 정해진 게 없지만 어느 순간 넘어갑니다. 그 선을 넘으면 안 하기가 더 어색해지는 거고요.
말 없는 인사가 더 오래 남는 건 부담이 없어서인걸요.
그러니 말을 못 붙였다고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오늘 마주치시면, 고개 한 번 먼저 숙여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