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층 아이를 만났습니다. 늘 인사를 잘하던 아이였어요.
그날은 눈을 피하더라고요. 인사 대신 층수 버튼만 두 번 눌렀습니다.
서운할 일이 아닌 걸 아는데도 그랬어요.
몇 층 올라가는 동안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저번에 뭐라고 했나 하면서요. 아이 하나가 인사를 안 한 걸로 그러고 있었네요.
거절처럼 보이는 것의 대부분은 상대가 그날 가지고 있던 무게일 뿐이다.
내려서 생각해보니 당연한 겁니다.
그 나이에는 하루가 크게 흔들리니까요. 학교에서 뭐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냥 기운이 없었을 수도 있고요. 인사할 기운도 없는 날은 저한테도 있는걸요.
이상한 건 어른이 그랬으면 덜 서운했을 것 같다는 겁니다.
바쁘신가 보다 하고 넘겼겠지요. 아이가 그러니까 더 크게 읽은 거고요. 아이는 늘 밝아야 한다고 제가 정해두고 있었던 셈이군요.
그다음 날 마주쳤을 때 저는 그냥 인사를 했어요.
전날 얘기는 안 꺼냈고요. 그날은 받아주더라고요. 어제 왜 그랬냐고 물었으면 그 아이가 설명을 만들어야 했을 테고, 그건 아이한테 할 일이 아니겠지요.
전에 아주머니가 그러셨어요.
애들은 그날그날 다르니까 오늘 안 받아도 내일 또 하면 된다고요.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그날 밤에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오래 사신 분들이 아는 게 이런 거겠고요.
돌아보면 제가 그런 적도 있어요.
기운이 없는 날에 누가 인사를 하면 겨우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쪽은 그날 저를 어떻게 읽었을까 싶고요. 아마 저처럼 몇 층 올라가는 동안 생각했겠지요.
그러니 서로 그러고 사는 셈이네요.
인사를 안 받은 날은 그 사람 쪽 사정인 경우가 더 많은걸요.
내일 또 하면 되는 거고요. 오늘 누가 인사를 안 받아줘서 잠깐 서운하셨다면, 그건 그쪽 하루가 무거웠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