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아이를 만났습니다. 인사하는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어요.
버튼도 이제 발끝을 안 들고 누르네요.
같은 층이라 자주 마주치는걸요.
그런데 조금씩 크는 건 눈에 안 들어와요. 어느 날 갑자기 알아지네요. 목소리가 달라졌다든가 버튼을 편하게 누른다든가 하는 걸로요.
변화는 매일 일어나지만, 그것을 알아채는 날은 따로 있다.
예전 같으면 많이 컸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그 나이가 아닌 것 같아서 안 했어요. 어른들이 그 말을 하면 아이들은 대개 곤란해하더라고요. 대답할 말이 없는걸요.
그냥 평소처럼 인사만 했습니다.
아이가 큰 만큼 그 집 부모님도 나이가 드셨겠지요.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것도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저희 집도 마찬가지겠고요. 아이는 크는 게 눈에 보이고 어른은 나이 드는 게 눈에 보이는 셈이네요.
이상한 건 제 쪽은 잘 안 느껴진다는 겁니다.
남이 변하는 건 보이는데 저는 몇 년 전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그럴 리가 없지요. 남들 눈에는 제 변화도 어느 날 갑자기 보이겠지요.
며칠 뒤에 앞집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같은 얘기를 하셨어요.
그 집 아이가 벌써 저렇게 컸다고요. 동네 사람 여럿이 같은 날 비슷하게 알아챈 셈이군요. 다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걸요.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어요.
그 아이 눈에는 제가 몇 년째 똑같은 사람일지, 아니면 조금씩 달라 보일지요. 아이들은 어른을 잘 구분 안 한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모를 일이네요. 저를 세고 있는 눈이 어딘가에는 있는 겁니다.
남의 아이가 크는 걸 보는 건 좀 다른 일인 것 같습니다.
내 시간은 잘 안 보이는데 저쪽은 눈금처럼 보이니까요. 오늘 누가 부쩍 컸다고 느끼셨다면, 그만큼 그 곁에 오래 계셨다는 뜻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