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허기가 지더라고요. 실컷 먹고 나왔는데도 그래요.
편의점 앞에서 한 번 멈춰 섰고요.
먹을 게 모자란 건 아니었네요.
그런데도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위가 아니라 다른 데가 비는 거겠지요. 그게 어디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
사람 사이에서 채워지는 것과 비워지는 것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있는 동안은 재밌었어요.
말도 잘 했고 웃기도 했고요. 그런데 문을 나서는 순간 조용해지니까 그게 확 오는걸요. 소리가 많던 데서 나오면 더 그런 모양이네요.
돌아오면서 제가 한 말을 되짚어 봤어요.
재밌게 한 말은 많은데 제 얘기는 거의 없었더라고요. 듣고 맞장구치고 웃긴 했는데요. 그래서 비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같이 나온 사람한테 한 번 물어봤습니다.
그 사람도 돌아가는 길이 제일 허전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조금 나아졌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게 도움이 되는군요.
결국 뭘 하나 사서 들어가곤 하네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손에 뭘 들고 들어가고 싶어서인 것 같고요. 빈손으로 문을 여는 게 더 허전한걸요.
집에만 있던 날은 이런 게 안 오더라고요.
하루 종일 조용했으면 밤에도 그냥 조용한 거고요. 사람을 많이 만난 날에만 이 허기가 오는군요. 소리가 컸던 만큼 끊길 때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네요. 그러니 이건 혼자여서 생긴 게 아니라 같이 있다 나와서 생긴 거겠지요.
그게 오래가지는 않더라고요.
자고 일어나면 그 허기는 없어져 있고요. 밤에만 오는 거라서 밤에만 견디면 되는 거겠지요.
채워진 자리와 빈 자리가 서로 다른 데 있는 것뿐인걸요.
잘 놀았는데도 허전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고요. 오늘 돌아오는 길에 그러셨다면, 하나 사서 들어가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