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화단에 이웃분이 뭘 심으셨네요. 아침마다 물을 주러 나오시더라고요.
물뿌리개 대신 페트병 뚜껑에 구멍을 내서 쓰십니다.
관리하는 데서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요.
그분이 그냥 하시는 거고요. 몇 달째요. 비 오는 날만 안 나오시고 그 외에는 거의 매일 나오시네요.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는 조금씩 달라진다.
심으신 직후에는 흙만 보였어요.
무슨 일을 하시는 건지도 몰랐고요. 그러다 몇 주 지나서 싹이 올라오니까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그 몇 주 동안 그분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에 물을 주고 계셨던 겁니다.
아침에 나가면 마주치게 되니까 인사를 하게 되는걸요.
전에는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는데요. 그 화단 때문에 시간대가 겹치게 된 셈이지요. 다른 분들도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시고요.
왜 하시냐고 여쭤보지는 않았어요.
물어보면 이유를 만드셔야 하고, 그러면 다음부터 하실 때 그 이유가 따라다닐 것 같아서요. 그냥 하시는 일은 그냥 하시게 두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물 한 통을 옆에 갖다 뒀어요.
말은 안 하고요. 다음 날 보니 쓰신 것 같더라고요. 그분이 하신 방식대로 저도 말없이 해본 겁니다.
요즘은 그 생각을 좀 합니다.
추워지면 심어둔 게 다 마를 텐데 그때도 나오실까 싶어서요. 안 나오셔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다만 봄에 또 나오시면 저는 그게 꽤 반가울 것 같네요.
그때까지 저도 물통은 계속 놓아두려고 합니다.
아무도 안 시킨 일을 매일 하는 손이 동네를 만드는 것 같네요.
큰일은 아니지만 그 자리만큼은 확실히 달라졌고요. 오늘 그런 자리를 지나셨다면, 누가 매일 나와 있었던 건지 한 번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