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밤에 그 얘기를 꺼냈어요. 요새 거울을 보면 자기 아버지가 보인다고요.
말하면서 자기 눈가를 한 번 만지더라고요.
싫다는 투였는데 웃고 있더라고요.
그 둘이 같이 있는 게 이 얘기의 특징인 것 같아요. 미워하는 부분을 닮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거지요.
닮아간다는 말은 원망과 애정을 한 문장에 담아야 해서 늘 어정쩡하게 나온다.
그 애가 말한 건 얼굴이 아니라 말투였네요.
화날 때 쓰는 문장이 아버지랑 똑같아졌다고요. 자기가 제일 싫어하던 말버릇인데 그게 나온다고 하는걸요. 그때 표정이 좀 복잡했고요.
듣고 나서 제 쪽도 떠올랐어요.
저도 가족 중에 누구와 비슷한 데가 있어요. 설거지를 밤에 몰아서 하는 것도 그렇고요. 배운 적이 없는데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옮는 게 맞겠지요.
그 자리에서 조언은 안 했어요.
고치라고 하면 그 애가 자기 아버지를 더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요. 그냥 나도 그런 게 있다고만 했고요. 그러니까 그 애가 좀 편해 보이더라고요.
며칠 뒤에 다른 얘기가 나왔네요.
그 애가 남한테 뭘 챙겨주는 방식이 있는데 그것도 아버지한테서 온 거라고요. 싫은 것만 닮는 게 아니었던 셈이군요. 그 얘기를 할 때는 웃는 게 다르더라고요.
닮아가는 걸 알아챘다는 것 자체가 변화이기도 하겠지요.
모르고 그러는 것과 알면서 그러는 건 다르니까요. 알면 적어도 어떤 대목에서는 멈출 수 있는걸요.
닮아가는 걸 알아챈 사람은 그 사람을 오래 본 사람인걸요.
미워하면서도 계속 봐왔다는 뜻이고요. 오늘 거울에서 누가 보이셨다면, 그것도 오래 곁에 있었다는 표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