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이 닿으면 잘 지내냐고 묻지요. 저도 그렇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물어놓고 상대 답을 안 듣고 다음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묻는 건 쉬운데 듣는 건 다르네요.
잘 지낸다는 답이 올 거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걸요. 사실은 묻지 않은 것과 비슷하지요.
안부를 묻는 말이 짧아질수록 그 사이가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받는 쪽도 그걸 알더라고요.
그러니 그냥 잘 지낸다고 하고 넘기고요. 서로 한 번씩 주고받으면 그 순서가 끝나는 거네요.
한번은 요즘 어떠냐고 길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상대가 잠깐 당황하더라고요. 짧게 답하려다 말고 생각을 하는 눈치였고요. 그 몇 초가 좀 어색했습니다.
어색하고 나서 답이 오더라고요.
평소보다 긴 얘기가 나왔고요. 물을 자리를 비워두면 채워지는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짧은 안부가 나쁜 건 아니지요.
매번 길게 묻고 답하면 서로 지칠 거고요. 겉치레가 있어서 오랜만에도 말을 걸 수 있는 거네요.
아무 말도 없이 본론을 꺼내기는 어렵고요.
잘 지내냐는 말이 문을 여는 손잡이 같은 거지요. 손잡이를 잡았다고 다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한 사람한테만 길게 물어봐요.
다 그렇게 할 수는 없고요. 한 번에 한 사람이면 그건 되더라고요.
누가 저한테 물어봐도 저는 짧게 답하네요.
잘 지낸다고 하고 되묻고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날에도 그렇게 말합니다. 길게 답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울까 봐 그러는 거고요. 그러니 서로 배려하다가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셈이지요.
겉치레도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것뿐인걸요.
그러니 짧게 물었다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오늘 한 사람한테만 한 번 더 물어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