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본 친구가 처음으로 화를 냈습니다. 목소리가 올라간 건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제 눈을 못 보고 잔을 들더라고요.
화를 낸 건 몇 초였는걸요.
그다음에 온 얼굴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자기가 그랬다는 걸 바로 알아챈 얼굴이었고요. 후회가 그 자리에서 바로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처음 화를 낸 사람은 상대보다 자기가 더 놀란다.
몇 년 동안 안 내던 사람이 냈다는 건 쌓여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날 일 하나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전에 몇 번은 삼켰을 테고요. 삼킨 게 다 차면 사소한 데서 터지는 거고요.
그 자리에서 제가 먼저 말했네요.
괜찮다고, 그럴 만했다고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좀 풀어졌고요. 화보다 그다음 침묵이 길어지면 사이가 상하니까요.
다만 그냥 넘기지는 않았어요.
며칠 뒤에 그때 뭐가 걸렸던 거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날 터진 건 세 번째였고 앞의 두 번은 제가 모르고 지나간 거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좀 미안했어요.
두 번은 신호를 줬는데 제가 못 읽은 거니까요. 세 번째에 소리가 올라간 게 오히려 다행인 셈이군요. 안 그랬으면 그냥 멀어졌을 겁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제 쪽도 봤어요.
저는 그 친구한테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참을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삼키고 있는 거고요. 그러니 제 쪽에도 세어둔 게 어딘가 쌓여 있을 겁니다.
언젠가 사소한 데서 터지기 전에 하나씩은 말해두려고 하네요.
처음 화를 낸 사람은 그다음이 더 무서운 법인걸요.
이 사이가 끝나는 건 아닌지를 본인이 제일 걱정하고요. 오늘 누가 처음으로 화를 냈다면, 먼저 괜찮다고 해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