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고 몇 걸음 가다가 멈춰 섰어요. 뭘 놓고 온 것 같아서요.
가방을 열어보면 대개 다 들어 있네요.
이상한 건 뭐가 없는지를 모른다는 거네요.
열쇠가 없나, 폰이 없나 하고 하나씩 확인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뭘 볼지를 정하는 거지요.
빠진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드는 불안은, 대개 물건이 아니라 상태에서 온다.
언제 그러나 보면 조건이 비슷하더라고요.
늦어서 서둘러 나온 날인걸요. 순서대로 챙기지 못하고 몰아서 담으면 확인을 못 한 셈이 되고요. 몸이 그 안 끝난 확인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군요.
물건만이 아니라 문도 마찬가지고요.
잠근 기억이 있는데도 안 잠근 것 같네요. 돌아가서 확인한 날도 여러 번인데 한 번도 안 잠겨 있던 적이 없었어요. 그러니 이건 사실 확인이 아니라 마음 쪽 일이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나서기 전에 소리를 내게 되네요.
열쇠, 폰, 지갑 하고 손으로 짚으면서 말해요. 소리로 한 번 지나가면 기억에 남아서 밖에서 덜 흔들리더라고요. 눈으로만 보면 안 남는데 말로 하면 남는걸요.
물론 해도 멈출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그냥 한 번 열어보고 다시 가고요. 참는 것보다 확인하는 게 빠르고요. 십 초면 되는 일에 십 분을 신경 쓰는 게 더 손해니까요.
정말 놓고 온 날도 아주 없지는 않네요.
일 년에 한두 번쯤이고요. 그 한두 번 때문에 나머지 날에도 멈추게 되는 거겠지요. 한 번 겪은 게 오래 가는 건 여기서도 그렇습니다.
멈춰 서는 건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확인이 아직 안 끝나서인걸요.
그러니 한 번 열어보고 가셔도 되고요. 오늘 몇 걸음 가다 서셨다면, 다음엔 나서기 전에 소리를 한 번 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