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두는 거리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정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어 있네요.
오래 본 사람보다 얼마 안 된 사람한테 더 많이 말하고 있고요.
십 년 본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한테는 제 얘기를 잘 안 하네요. 서로 잘 아는 것 같은데 아는 건 옛날 것이고요. 지금 뭐가 힘든지는 모르는 사이인걸요.
오래된 관계는 깊어진 게 아니라 서로 익숙한 거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반대로 얼마 안 된 사람한테는 말이 잘 나가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덜 조심하는 것 같고요. 기대가 없으면 말이 쉬워지는 모양이네요.
생각해보면 초반에 정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 몇 번 만나면서 서로 어디까지 말하는지가 잡히고요. 그게 한 번 잡히면 잘 안 바뀌더라고요.
가끔 더 가까이 가보려고 한 적이 있어요.
평소에 안 하던 얘기를 꺼내봤고요. 그러면 상대가 잠깐 멈칫하더라고요. 자리가 어긋나니까 서로 불편해지는 거지요.
가까워지는 건 어려운데 멀어지는 건 금방이네요.
연락을 두어 번 미루면 그만큼 벌어지고요. 그러고 나면 원래 그 정도였던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사람마다 다른 게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고요.
누구한테는 일 얘기만 하고 누구한테는 집 얘기까지 하고요. 그게 차별이 아니라 자리가 다른 거지요.
제가 거리를 두듯 남들도 저한테 그러겠지요.
저한테는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요. 그 생각을 하면 좀 조용해집니다.
거리는 친한 정도가 아니라 서로 편한 자리를 찾아둔 결과인걸요.
그러니 가까운데 말이 안 나오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고요. 오늘 누가 유난히 멀게 느껴지면, 그 자리를 억지로 안 옮기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