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잘했다고 하면 저는 아니라고 먼저 말해요.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옵니다.
말하면서 보면 이미 얼굴이 굳어 있더라고요.
고맙다는 말이 나오려면 한 박자가 필요하네요.
그 한 박자 전에 아니라는 말이 나와버리고요. 그러고 나면 다시 고맙다고 하기가 어색해지는걸요. 순서가 한 번 꼬이면 그 자리에서는 못 고칩니다.
칭찬을 밀어내는 사람은 겸손한 게 아니라 받아본 적이 적은 것이다.
받으면 다음이 무겁기 때문이겠지요.
잘한다는 말을 받아두면 다음에도 그래야 할 것 같고요. 그래서 미리 아니라고 해두는 거네요. 기대치를 낮춰두면 마음이 편해지니 그러는 모양입니다.
밀어내면 말한 쪽도 멈추더라고요.
좋게 보고 말해준 건데 그게 튕겨 나온 셈이지요. 그러면 다음부터는 잘 안 말해주게 되고요. 그렇게 칭찬이 오는 자리가 조금씩 줄어드는군요.
며칠 동안 제가 어떻게 답하는지 세어봤어요.
여섯 번 중에 다섯 번은 아니라고 했더라고요. 한 번만 고맙다고 했고 그건 상대가 너무 여러 번 말해서 밀어낼 데가 없었을 때였네요.
그래서 한 마디만 바꿔보기로 했어요.
아니라는 말 대신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다고 해봤고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왔는데 두 번째부터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상대 표정도 달라지더라고요.
물론 매번 되는 건 아니네요.
아직도 절반은 아니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요. 몸에 붙은 건 한 번에 안 떨어지는 모양이지요.
이상한 건 제가 남을 칭찬하는 건 잘 한다는 거네요.
좋아 보이면 좋아 보인다고 곧잘 말하고요. 그 말이 상대한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걸요. 그런데 똑같은 게 저한테 오면 받을 데가 없어지더라고요.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이렇게 다를 일인가 싶고요.
받는 연습을 안 해봐서 서툰 것뿐인걸요.
겸손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생각하면 좀 덜 미안해지고요. 오늘 누가 잘했다고 하면, 한 박자만 기다려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