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몇 년 만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네요. 그때 빌린 걸 갚겠다고요.
저는 거의 잊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날짜까지 말하더라고요.
솔직히 기억이 흐릿했는걸요.
그때 상황이 좀 급해 보여서 그냥 했던 일이고요. 못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떠올린 적이 거의 없었더라고요.
빌려준 쪽은 잊고 빌린 쪽은 세고 있다. 무게는 늘 한쪽에만 얹힌다.
날짜까지 말하는 걸 보고 알았어요.
몇 년 동안 그 애 안에 그게 계속 있었던 거지요. 갚을 형편이 안 되는 동안에는 연락도 못 하고요. 연락이 끊긴 게 미워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고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려고 했네요.
그런데 그러면 그 애가 계속 들고 가게 되는걸요. 갚아야 끝나는 거니까요. 제 마음 편하자고 거절하면 그쪽 짐을 안 내려주는 셈이지요.
그래서 받고 나서 그날 밥을 샀어요.
갚는 건 갚는 거고 만나는 건 만나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니까 둘 다 끝나고 둘 다 남았습니다.
그날 제일 걸린 건 다른 거였어요.
그것 때문에 몇 년 연락을 못 했다면 그게 아까운 겁니다. 돈은 얼마 안 됐고 시간은 몇 년이었으니까요. 그때 제가 먼저 연락했으면 달랐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날 밤에 제 쪽도 떠올랐습니다.
저도 오래전에 신세를 진 게 하나 있는데 아직 갚지 못했어요. 그쪽은 아마 잊었을 거고 저는 기억하고 있고요. 그 친구와 제가 자리만 바뀐 셈이더라고요.
조만간 연락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오래 들고 있던 쪽이 훨씬 무거웠을 겁니다.
그러니 갚겠다는 말이 오면 받아주는 게 그 사람을 놓아주는 일이겠지요. 오늘 그런 기별을 받으셨다면, 괜찮다고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