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제일 크게 웃었던 날이 있거든. 옆 교실에서 조용히 하라고 왔을 정도야.
그날 얘기를 지금 꺼내면 다들 또 웃는다니까. 그건 확실해.
이상한 게 뭐 때문에 웃었는지는 아무도 기억을 못 하더라. 나도 모르겠고.
애들한테 물어봐도 다 다르게 말해. 누구는 이거였다고 하고 누구는 저거였다고 하고.
정작 그 얘기를 다시 해보면 하나도 안 웃긴다니까. 그게 제일 웃겨.
칼손 그거 진짜 안 웃겨요. 지금 들으면.
한참 생각하다가 알겠더라. 남은 건 얘기가 아니라 그 자리였어.
그날 누가 있었고 방이 어땠고 그게 남은 거잖아. 내용은 원래 안 남는 거였더라.
그러니까 웃긴 얘기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같이 웃을 사람이 있는 게 중요한 거였어.
그래서 웃기려고 애쓰는 걸 좀 그만뒀거든. 예전에는 방 분위기 띄워보려고 애를 썼어.
근데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아무도 안 웃더라. 그날은 아무도 안 웃기려고 안 했잖아.
그냥 뭐가 하나 터졌는데 다들 그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라니까. 그게 다였어.
돌부처 웃을 날이 따로 있지.
지금도 방이 좀 가라앉으면 그날 얘기를 꺼내거든. 그때 그거 있잖아, 하면 다들 웃어.
내용은 아무도 모르는데 웃는 거잖아. 그게 좀 이상하면서 좋더라.
방에 그런 날이 하나 있으면 두고두고 쓰는 거라니까.
새로 온 애들은 그날 얘기가 나오면 뭔지 몰라서 가만있거든. 그러다 몇 달 지나면 자기도 웃는 날이 오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재밌는 얘기도 잘 못 하거든. 남 얘기 옮기는 것도 서툴고.
근데 그날 나도 같이 있었잖아. 그거면 되는 거더라.
방에 그런 날을 몇 개 만드는 게 부장이 할 일인 것 같다니까. 만들 수는 없고 안 막기만 하면 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