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붙잡던 걸 놓기로 정했네요. 정하던 날은 오히려 담담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이 이상하더라고요. 하루에 몇 번씩 그 자리를 다시 열어봤습니다.
정할 때는 이미 여러 번 생각한 뒤라 마음이 정리돼 있어요.
그래서 그날은 오히려 홀가분하기까지 한걸요. 문제는 그다음이지요. 정하는 건 한 번인데 사는 건 매일이니까요.
결정은 하루에 끝나지만, 그 결정을 지키는 일은 매일 다시 시작된다.
머리는 정했는데 손이 아직 모르더라고요.
몇 년 하던 동작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요. 가서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고 돌아옵니다. 하루에 몇 번씩 그러다 보면 좀 지치고요.
손이 간다고 결정이 흔들린 건 아니었어요.
그냥 몸이 아직 안 배운 겁니다. 그걸 무너졌다고 읽으면 자책이 붙고, 자책이 붙으면 그때 진짜로 돌아가게 되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동작으로 봅니다.
세어보니 첫날이 제일 많았어요.
그다음 날은 조금 줄고, 일주일쯤 되니까 하루에 한 번쯤이 되더라고요.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는데 그 정도면 살 만합니다.
한 가지 해본 건 자리 바꾸기네요.
손이 가던 쪽에 다른 걸 놓아뒀습니다. 열면 다른 게 나오니까 몇 번 하고 나서 손이 덜 가더라고요. 의지로 참는 것보다 이게 쉬웠습니다.
며칠 지나면 이런 날도 옵니다.
그때 괜히 놓았나 싶어지는 날이요. 대개는 그날 다른 게 잘 안 풀린 날이더라고요. 그 일 때문이 아니라 그날 기운이 없어서 예전 게 좋아 보이는 거지요.
그런 날은 아무것도 안 정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자고 나면 대개 가라앉고요.
손이 그쪽으로 가는 건 아직 몸이 안 배운 것뿐인걸요.
며칠 지나면 줄고, 줄고 나면 그때가 진짜로 정리된 날이겠지요. 오늘 정리해놓고 자꾸 들여다보셨다면, 그건 다음 날이라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