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서 오래 개어둔 옷을 꺼냈어요. 펴보니 접힌 선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한 번 털어도 안 없어지네요.
며칠 개어둔 건 펴면 금방 풀리지요.
그런데 몇 달 둔 건 다르고요. 같은 자리에 눌려 있던 시간만큼 선이 진해지는걸요. 옷이 그 모양을 기억한 셈이네요.
눌린 자국이 오래가는 것은 힘이 세서가 아니라 시간이 길어서다.
다려보면 대개는 펴지더라고요.
그런데 아주 오래된 건 자국이 희미하게 남고요. 입고 나가면 남들은 모를 정도지만 저는 알지요.
제가 개는 방식이 늘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늘 같은 데를 접으니 늘 같은 데가 눌리고요. 다르게 개면 다른 데 선이 생기겠지요.
한번은 접지 않고 말아서 넣어봤어요.
그랬더니 선이 안 생기더라고요. 대신 자리를 더 차지했고요. 뭘 하나 얻으면 하나를 내주는 모양이네요.
주름이 진한 건 결국 안 입은 옷이지요.
자주 꺼내는 건 계속 펴지니까 선이 안 남고요. 서랍 아래에 있는 것들이 제일 심합니다.
가끔 아래쪽을 꺼내봐요.
뭐가 거기 있었는지도 잊고 있었고요. 꺼내서 펴면 그동안 안 입었다는 게 한눈에 보이네요.
주름이 진한 걸 보면 버릴 결심이 좀 서더라고요.
몇 달을 안 입었다는 표시니까요. 그래도 몇 개는 다시 개서 넣고요.
오래 한 자세로 있으면 사람도 그렇게 되는 모양이네요.
말투든 걸음이든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그게 굳고요. 고치려고 해도 한 번에 안 펴집니다. 옷은 다리면 되는데 사람은 다릴 데가 없는걸요. 그러니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겠지요.
접힌 자리가 남는 건 그 모양으로 오래 있었기 때문인걸요.
그러니 잘 안 펴져도 옷 탓은 아니고요. 오늘 서랍 아래를 한 번 꺼내보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