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다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몇 주 전에 부탁받은 걸 아직 안 했다는 게요.
하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밤이었네요. 그래서 아침까지 그걸 붙들고 있었네요.
이상한 건 그 몇 주 동안 한 번도 안 떠올랐다는 거네요.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있고 다른 얘기도 했는데요. 그때도 안 떠올랐어요. 머릿속 어딘가에는 있었을 텐데 위로 안 올라온 거지요. 그러다 아무 일도 없는 밤에 혼자 올라온 셈이군요.
잊은 일은 잊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무게가 없다. 떠오르는 순간에 그 몇 주치가 한꺼번에 온다.
더 걸리는 건 그 사람이 한 번도 안 물었다는 거예요.
재촉하지 않은 거고요. 그러니 기다리고 있었는지 잊었는지도 모르는걸요. 안 물어봐 준 게 배려인데 저한테는 그게 더 미안한 쪽이 됐어요.
밤에 떠오르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연락하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안 하자니 계속 신경 쓰이고요. 그래서 아침까지 그 생각을 몇 번 돌리게 되네요. 정작 아침이 되면 다른 일에 밀려서 또 늦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밤에 떠오르면 바로 적어두는걸요.
폰에 한 줄 써두고 자는 거지요. 적어두면 머릿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어서 그다음이 좀 편하더라고요. 아침에 보면 그게 첫 줄에 있고요.
그리고 연락할 때 변명을 길게 안 붙이려고 하네요.
늦어서 미안하다고 먼저 쓰고 지금 하겠다고 하고요. 왜 늦었는지를 길게 쓰면 그게 변명이 되니까요. 짧게 말하고 바로 하는 게 그나마 낫더라고요.
해보면 상대는 대개 괜찮다고 해요.
몇 주를 기다린 게 아니라 그쪽도 잊고 있었던 경우도 많고요. 제 안에서만 커져 있었던 겁니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요.
잊었다는 걸 알아챈 것도 늦게라도 챙긴 셈인걸요.
영영 모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낫고요. 오늘 밤에 뭐가 갑자기 떠오르셨다면, 한 줄 적어두고 주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