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방이 하나 있습니다. 문은 늘 닫아둬요.
그런데 그 방 문고리에만 먼지가 안 앉아 있더라고요. 하루에 한 번은 손이 가는 셈이네요.
문을 닫으면 그 방은 없는 게 됩니다.
집이 그만큼 작아지는 거지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편할 때가 있어요. 쓸 데가 적으면 신경 쓸 것도 적은걸요.
문을 닫는 것은 공간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지금은 감당하지 않기로 정하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방에 정리할 게 쌓여 있어요.
문을 열면 그게 다 보입니다. 보이면 오늘 해야 할 일이 하나 늘고요. 그래서 닫는 겁니다. 안 보이면 오늘은 아니어도 되니까요.
다만 완전히 안 여는 건 아닙니다.
뭘 찾을 일이 있으면 열고, 열면 잠깐 서서 봅니다. 그러고 다시 닫고요. 문고리에 먼지가 안 앉는 건 그 때문인가 봅니다.
한 가지는 지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문을 열어놓고 창을 엽니다. 안 쓰는 방도 공기가 고이면 냄새가 나니까요. 닫아둔다고 아예 두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없애버릴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쓸 일이 생기면 그때 정리하겠지요. 지금은 그럴 기운이 없는 것뿐이고요. 그때까지는 닫아두는 게 저한테 맞는 방식입니다.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어요.
그 방에 밀어넣을 데가 있으니까 나머지 방이 정리된 채로 있는 겁니다. 그 방이 없었으면 그게 다 거실에 나와 있겠지요. 그러니 그 방은 노는 자리가 아니라 나머지를 받쳐주는 자리인 셈이네요.
그렇게 보니까 닫아두는 게 조금 덜 미안해지더라고요.
닫아둔 문은 없애는 게 아니라 나중으로 미뤄두는 거겠지요.
집에 그런 자리가 하나쯤 있어도 되고요. 오늘 안 여는 문이 있으시면, 창만 한 번 열어두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