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이웃집 아이가 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걸 봤어요. 어른은 옆에 없더라고요.
한 손으로 들면 될 걸 두 손으로 앞에 안고 걷더라고요.
걸음이 평소보다 빨랐어요.
그리고 어깨가 올라가 있었어요. 긴장한 사람 어깨가 그렇게 되는데 그 애가 딱 그랬고요. 별일 아닌 심부름인데 그 애한테는 맡겨진 일인 거겠지요.
처음 혼자 하는 일은 크기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전부를 쓰게 한다.
두 손으로 안는 건 떨어뜨릴까 봐겠지요.
봉지가 무거워 보이지도 않았는데요.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거니까 그렇게 드는 거네요. 무게가 아니라 책임 쪽이 손을 그렇게 만드는 거고요.
지나가면서 인사만 할까 하다가 말았어요.
말을 걸면 멈춰야 하고, 멈추면 그 애 리듬이 끊길 것 같아서요. 지금은 다녀오는 중이니까 그냥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조금 더 가서 보니 그 집 어른이 저만치 서 계셨어요.
따라가지는 않고 멀리서 보고만 계시더라고요. 혼자 다녀오게 하면서도 눈은 떼지 않으신 거지요. 혼자 가는 길에 그런 눈이 하나 있는 거고요.
집에 와서 제 어릴 때를 떠올려 봤어요.
처음 혼자 심부름 갔던 날이 있었을 텐데 기억이 안 나요. 그때는 큰일이었을 텐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고요. 지나고 나면 그렇게 되는 모양이네요.
다녀오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다르겠지요.
갈 때는 긴장하고 올 때는 어깨가 내려가겠지요. 그 애가 돌아가는 모습은 못 봤는데 아마 걸음이 좀 느렸을 것 같고요.
혼자 다녀오는 길은 짧아도 그 애한테는 먼 길인걸요.
어른 눈에 몇 걸음인 게 그 애한테는 다르고요. 오늘 누가 혼자 뭘 하러 가는 걸 보셨다면, 그냥 지나가 주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