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장바구니를 열어봤어요. 담아둔 게 열댓 개쯤 되더라고요.
그중에 반년 넘은 것도 그대로 있었네요.
담는 순간에는 사려고 담는 거지요.
그런데 결제 직전에 창을 닫아요. 필요한가 한 번 더 생각하면 대개 아니더라고요. 그러면 담아둔 채로 두는걸요.
사지 않은 것들의 목록은 그 사람이 무엇을 바랐는지를 사둔 것보다 정확히 보여준다.
담아둔 걸 쭉 보면 제가 보이더라고요.
읽겠다고 담아둔 책이 세 권 있고요. 운동하겠다고 담은 것도 있네요. 다 안 한 것들이지요.
안 살 거면 지우면 되는데 안 지우네요.
지우면 그 생각도 같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담아만 둬도 언젠가는 할 것 같은 기분이 남는걸요. 그게 싸게 사두는 셈이고요.
오래 담아두면 가격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올랐으면 안 사길 잘했다 싶고 내렸으면 그때 살 걸 그랬나 싶고요. 어느 쪽이든 지금도 안 사는 건 똑같고요.
지난주에 절반쯤 지워봤어요.
지우고 나니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뭘 지웠는지도 다음 날에는 기억이 안 났고요. 그 정도였던 거네요.
한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 된 것도 있다고 했고요. 다들 안 살 걸 담아두고 사는 모양이네요. 그 말을 들으니 제 목록이 덜 민망해졌고요.
그래도 세 개는 남겼습니다.
그건 아직 하고 싶은 거라서요. 담아두는 게 다 미련인 건 아니고요.
오래 담아뒀다가 결국 산 것도 있어요.
받아보니 생각만큼은 아니더라고요. 담아둔 동안 제가 키워놓은 게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사는 쪽이 늘 나은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담아두는 건 사려는 게 아니라 고르는 시간을 남겨두는 것뿐인걸요.
그러니 안 사고 오래 두셔도 괜찮고요. 오늘 밤에 한 번 열어보시면, 본인 얘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