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옆방에서 엄마가 통화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얘기를 하고 계셨어요.
저한테는 한 번도 안 하시던 말이었어요.
저한테는 늘 조심하라거나 무리하지 말라는 말씀만 하세요.
잘한다는 말은 거의 안 하십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는 하시네요. 앞에서 안 하는 말이 없는 자리에서는 나오는 겁니다.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제일 인색하다. 그 말이 부담이 될까 봐 아끼기 때문이다.
왜 앞에서는 안 하시나 생각해봤어요.
잘한다고 하면 그다음에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지니까요. 그게 짐이 될까 봐 안 하시는 거겠고요. 대신 걱정하는 말로 바꿔서 하시는 거고요.
저도 가족 앞에서는 좋은 말을 잘 안 합니다.
남한테는 우리 집 사람 얘기를 좋게 하면서요. 가까울수록 그 말이 어색해지는 게 이상하지요. 서로 뒤에서만 잘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날 들었다는 말은 안 했어요.
말하면 다음부터 조심하실 것 같아서요. 그러면 그 말이 아예 안 나오게 되고요. 모른 척하는 게 그 말을 계속 있게 하는 방법이겠지요.
대신 제 쪽을 좀 바꿔보려고 합니다.
가족 앞에서 좋은 말을 한 번쯤 해보는 거지요. 어색하고 잘 안 되는데 몇 번 하면 되겠고요. 뒤에서만 하는 것보다는 앞에서 하는 게 값이 크니까요.
들은 날 밤에 기분이 며칠 갔어요.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남한테 하신 말을 옆에서 주워들은 건데요. 오히려 그게 더 믿기더라고요. 저를 앞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니까 꾸민 게 아닌 셈이지요.
앞에서 안 하는 말이 없는 자리에서는 나오기도 하는걸요.
그러니 앞에서 안 들었다고 없는 건 아니고요. 오늘 가족한테 좋은 말을 못 들으셨다면, 어딘가에서는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