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랑 버스를 탈 때가 많은데 칼손은 내릴 때 꼭 인사해.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작아. 근데 매번 해. 한 번도 안 빼먹어.
처음엔 좀 신기했어. 칼손은 남 눈치 보느라 낯선 사람한테 말 거는 거 싫어하잖아.
칼손 이건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
칼손이 인사하면 기사님이 대답해주실 때가 있어. "네~" 하고.
그럴 때 칼손 표정이 좀 밝아져. 내리고 나서도 한참.
근데 기사님이 못 들으시거나 대답 안 하실 때도 있어. 그래도 칼손은 다음에 또 인사해.
칼손한테 물어봤어. 왜 꼭 인사하냐고.
칼손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수학여행 버스 기사님 얘기 듣고 나서부터래.
내가 동아리방에서 했던 얘기. 기사님이 휴게소에서 폰 보시다가 애들 인사에 다시 젓가락 드셨다는 거.
그 얘기 듣고 칼손이 생각했대. 기사님들도 각자 뭔가 버티고 계실 텐데, 인사 하나로 좀 가벼워지실 수도 있겠다고.
근데 칼손이 하나 더 말했어. 인사하면 자기도 좀 가벼워진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오늘 하루에 감사할 게 하나라도 있는 것 같대.
그리고 기사님이 "네~" 해주시면 누가 내 말을 들어준 것 같대. 그게 좋대.
그러니까 인사 하나가 주는 사람이랑 받는 사람 둘 다를 가볍게 하는 거라니까.
불나방 나도 할래. 근데 나는 크게 할 거야.
그 뒤로 동아리 애들이 다 버스에서 인사하기 시작했어.
불나방은 진짜 크게 해. "감사합니다!" 버스 안 사람들이 다 쳐다봐.
돌부처는 말 대신 고개만 숙여. 근데 기사님이 그것도 알아봐 주셨대.
후배는 "수고하세요"라고 한대. 그게 더 좋은 것 같대.
너도 낯선 사람한테 말 거는 게 어려우면 버스 내릴 때 감사합니다 한마디만 해봐. 작게라도.
대답이 안 와도 괜찮아. 그 말 하는 순간 너도 좀 가벼워질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