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저는 그걸 자꾸 재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답을 늦게 보내놓고 반응을 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네요.
이 사람이 어디까지 참아주나 하는 마음이었어요.
여기까지 해도 그대로면 진짜겠지, 하는 식으로요. 확인이 필요했던 거네요. 말로 물어보면 되는 걸 행동으로 재고 있었던 셈이군요.
사랑을 시험하는 사람은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언제 끝날지를 미리 알고 싶을 뿐이다.
왜 그랬나 보면 겁 쪽입니다.
언젠가 이 사람이 지칠 거라고 이미 정해두고 있었어요. 그러면 그게 언제인지를 미리 알고 싶어지는걸요. 나중에 갑자기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거지요.
문제는 한 번 통과해도 안 끝난다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조금 더 어려운 걸로 또 재게 돼요. 어디까지 가면 만족스러운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답을 받아도 다음 날이면 또 흐릿해지더라고요.
제일 나쁜 건 결과가 제 예상대로 된다는 겁니다.
계속 재다 보면 그 사람이 정말 지쳐요. 그러면 저는 거봐, 하게 되고요. 제가 만든 결과를 증거로 쓰는 셈이네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묻습니다.
요새 좀 불안하다고, 그래서 확인하고 싶어진다고요. 말로 하면 부끄럽지만 재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상대도 그 말에는 대답을 해줄 수 있고요.
옆에서 보면 아예 안 재는 사람도 있어요.
상대가 어떻게 하든 별로 안 흔들리고 자기 할 일을 합니다. 저는 그게 부러웠는데, 그 사람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몇 번 겪고 나서 그렇게 됐다고요.
그러니 이건 성격이라기보다 시간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시험해서 얻은 답은 오래 못 가는 것 같아요.
그날은 안심이 되는데 며칠이면 다시 흐려지니까요. 오늘 누구를 재보고 계셨다면, 그 자리에 질문을 하나 놓아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