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할머니 댁 가려고 엄마랑 버스 터미널에 갔거든. 버스 시간까지 삼십 분 남았어.
배고파서 터미널 김밥집에 들어갔어. 작은 가게.
사장님이 카운터 뒤에서 김밥을 말고 계셨어. 엄청 빠르게.
가게 벽에 작은 티비가 하나 있었어.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
사장님이 김밥을 마시다가 티비를 보셨어. 화면에 빨간 거 파란 거.
손이 멈추셨어. 김밥 반쯤 말다가.
몇 초 동안 그대로 계셨어. 티비만 보시면서.
엄마가 나를 보고 눈짓하셨어. 나도 알았어.
칼손 손이 멈추는 거, 다 똑같네.
사장님이 다시 김밥을 마셨어. 근데 단무지를 하나 더 넣으시더라.
원래 하나씩 넣으시는데 그건 두 개였어.
그리고 그 김밥을 썰어서 우리 접시에 주셨어.
엄마가 단무지가 두 개라고 웃으면서 말했어. 사장님이 좀 놀라시더니 웃으셨어.
사장님이 그러셨어. 실수 아니래. 일부러 넣으셨대.
아까 뉴스 보고 기분이 좀 가라앉았는데, 뭐라도 하나 더 넣으면 좀 나아질 것 같았대.
그래서 단무지 하나 더. 받는 사람이 좋아하면 자기도 기분이 나아진대.
엄마가 그 말 듣고 고맙다고 하셨어. 김밥 진짜 맛있었어.
불나방 단무지 하나에 기분 전환이라니. 사장님 멋있다.
버스 기다리면서 엄마랑 그 얘기를 했어.
엄마가 그러셨어. 다들 그렇게 버티는 거라고. 자기 기분 안 좋을 때 남한테 뭐 하나 더 주면서.
반찬가게 사장님 장조림, 군고구마 할머니 고구마 하나 더. 다 같은 거래.
그 말 듣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랬어. 힘든 사람들이 오히려 더 얹어주는 거.
할머니 댁 가는 버스에서 남은 김밥을 먹었어. 단무지 두 개짜리.
창밖 보면서 생각했어. 사장님은 오늘 몇 명한테 단무지를 하나 더 넣으셨을까.
그 단무지 받은 사람들이 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 그럼 사장님 기분도 좀 나아지셨을 거니까.